언젠가 한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배우가 입고 나온 캐시미어 니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절제된 브이넥 디자인, 여유로운 핏, 부드러우면서도 은은한 온기를 주는 색감을 보며 "저런 니트여여만 해.." 생각했습니다. 디자인의 방향성은 일찍 잡혔지만 디테일을 조율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 저는 샘플로 완성된 브이넥 니트를 종일 착용하면서 많은 부분을 점검했습니다. 가슴의 파임, 전체적인 길이감, 팔의 기장 등을 체크하며 조금씩 수정을 이어갔어요. 고급 소재를 사용한 만큼 디자인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메종바인에서 사용하는 모든 캐시미어가 그렇듯 몽골 초원의 청정한 환경에서 자란 염소의 털을, 오직 빗질만을 통해 채취한 100% 하이엔드 순수 캐시미어를 사용했습니다. 섬세하고 포근한 터치감과 탁월한 통기성, 부드러운 착용감을 지니며 풍부하고 균일한 색감으로 완성됐습니다. 원사 가격이 푹등하며 최고급 캐시미어를 마음껏 사용하는 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었지만 품질과 가격의 적정선을 맞춰 소개하는 게 저의 일이라 여기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캐시미어 울 블렌드로 가격의 부담을 확 낮출까 고민도 했지만 아무래도 순수 캐시미어만큼의 고급스러움은 나오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긴 조율 끝에 캐시미어 니트를 완성하니 마침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네요. 색상은 카멜과 그레이 두 가지입니다. 자칫 무리해서 튀는 색상을 골라 원하는 만큼 입지 못하게 되는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사이즈는 프리사이즈 하나입니다. 워낙 클래식한 스타일의 니트라 코디는 따로 말씀 안 드려도 될 것 같아요. 어떤 하의에든 툭 걸치기만 해도 여유 있는 핏에서 나오는 우아한 분위기가 절로 연출됩니다. 여기에 소재가 좋은 머플러나 스카프를 더해주면 완벽하겠지요... 사람의 눈은 큰 차이가 없어요. 제게도 흡족한 상품은 언제나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습니다. 시장에는 수많은 캐시미어 니트가 있지만 품질과 가격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저희가 준비한 니트로 따뜻한 가을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질 좋은 캐시미어 니트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