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hur & Grace 한채윤 공동대표 Q) 우리나라에서 가죽 브랜드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나요? 어릴 때부터 가죽으로 만든 지갑과 가방을 좋아했습니다. 주로 해외 제품이었죠. 그런데 알고보니 국내에도 가방을 만드는 곳은 많았습니다. 그곳에서 알만한 해외 브랜드의 제품을 만들고 있었지요.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이런 기술력이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전 세계에서 알만한 가방 브랜드가 없을까?또 하나 놀란 게 있었는데요. 수십년 가죽 제품 만드는 일을 해온 장인들이 무척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방은 저한테 환상이었는데 좀 놀랐지요. 이태리에서 태어났으면 유명 브랜드의 장인이 될 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조건에서 일을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이요. 그래서 가죽 장인 분들과 함께 제대로 된 가방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에 이르게 됩니다. 잘 만들고 제대로 된 가격을 받는 명품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Q) 가죽 공방에서 가방 만드는 기술을 배우셨습니다. 왜 직접 배워야겠다 결심하셨는지요? 가방을 좋아했지만 만들어본 적은 없잖아요. 그래서 제조 방법을 익혀야만 했습니다. 우선 원부자재 시장부터 섭렵했어요. 새벽부터 신설동과 성수동의 상점들을 탐방했지요. 이런 저런 가죽도 사보고 금속 부품도 사보고 그런 식으로 한두 달 동안 새벽마다 매일 나갔어요. 그러다가 40년 동안 가방만 만든 장인을 소개받았고 여종건 공동 대표가 직접 가방 메이킹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저희 디자인을 완성하고 원부자재를 정하고 샘플을 만들고 공장을 소개받아 생산을 해봤지요.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 때 우리 브랜드의 아뜰리에를 만들어서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품질을 완성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3년 넘게 가방을 잘 한다는 분들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다녔습니다. Q)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고 꽤 긴 시간이었을 텐데 그래도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기에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가방을 배워가는 시간동안 어떤 브랜드를 꿈꿨나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머릿속에는 늘 “대한민국 최초의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이 존재했습니다. 일종의 무모함이었죠. 재미있는 건 제 머릿속에서는 될 것 같고 가능해보이는데 주변에서는 모두가 “대체 뭘 하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말렸습니다. (웃음) Q) 당시에 말렸던 분들이 이제는 뭐라 하시나요? 지금 잘 하고 있다며 좀 더 열심히 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당시에 저희와 같은 꿈을 꾸던 브랜드들도 몇 있었는데 지금은 저희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자면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저희는 그런 방법은 택하지 않았고요. 그랬기에 길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합니다. Q) 빨리 가는 방법이라면 어떤 방법인가요? 쉽게 말해 10억을 가지고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면 보통 1억 원을 가방 만드는데 쓰고 9억 원을 마케팅에 쓰는데. 저희는 10억 모두를 만드는 데로만 쏟아 부은 거지요. 꿈이 명품 브랜드다보니 저희는 이렇게 갈 수 밖에 없었어요. 완벽한 제품만을 꿈꿨습니다. 사실 매년 유행하는 스타일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걸 쫓을 수도 있지만 브랜드 정체성을 충분히 만드는 게 중요하다 여겼습니다. Q) 3,40년 일한 장인분들을 모셔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장인 분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요? 끊임 없이 찾아다니다보니 잘 만드는 분들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회사가 작으니 쉽게 응해주시진 않았지요. 하지만 제대로 된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보겠다는 저희 뜻을 존중해주시는 분들이 등장했고요. 저희는 월급을 더 드렸습니다.(웃음)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요. 그런데 그 분들 입장에서는 저희 공정이 복잡하니 일이 힘든 거죠. 자꾸 새로운 걸 요구하니까요. 지금도 못하겠다는 말을 계속 하세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자긍심을 심어드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처음에 모신 수석 장인 분들은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가며 계속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10년 가까이 함께 한 장인들은 요즘에는 뭐라 하시나요? 장인은 말씀이 없습니다. (웃음) 그런데 가끔 “내가 봐도 너무 좋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저희가 모셨는데 금방 떠나시는 분들은 저희의 방식에 적응을 못하는 거고요. 저희 같은 경우 지갑 내부에 장인의 이름을 새겨 넣습니다. 소비자는 볼 수 없는 곳에 이름을 넣으며 자긍심을 새겨 넣는거죠. 내 이름이 들어간다는 의미는 다르다고 봅니다. 이걸 저희는 초반부터 적용을 했습니다. 이름을 넣어드리니 35년만에 이런 건 처음이라 말씀하시더군요. 이렇게 모신 분들이 이제 열다섯 분이 넘어요. 같은 꿈을 꾸며 묵묵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Q) 해외 유명 브랜드들과 비교했을 때 메이킹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요? H사를 빼고는 저희가 탁월하다고 봅니다. 저희보다 시스템과 자본력이 갖춰진 브랜드가 많이 있지만 저희가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보고요. 예를 들어 보통 다른 브랜드에서는 손바느질 마무리를 전혀 안하는데 저희는 합니다. 그리고 박음질 같은 그러니까 손이 들어가는 작업들을 계속 포함시키지요. 사람이 돋보이는 가방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좋은 촉감,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 실처리, 그렇게 만들어진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일을 합니다. Q) 자화자찬일 수도 있겠으나 국내에서는 최고라 생각하시나요? 국내에서 이렇게 만드는 혹은 만들 수 있는 브랜드는 없다고 확신합니다. 대기업을 통틀어 저희와 같이 직접 운영하는 아뜰리에를 베이스로 생산하는 곳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Q)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에 도달한다는 게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을 것 같고요.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일단 저희 제품이 모두에게 저렴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제품의 퀄리티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 건 아니예요. 그래서 많이 남지가 않지요. 아직 온전히 결실을 이룬 건 아니지만 한국의 명품을 만들어보자는 꿈이 있어 견디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감사하게도 고비마다 수 많은 행운이 찾아왔어요. 처음에 생산에 모든 투자를 다 하니 돈이 없었을 거 아니예요. 그런데 재고는 쌓여가고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저희 제품의 가치를 알고 대량 구매해주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요. 5천만 원 어치의 재고 전부를 한 번에 사간 분도 있었으니까요. 이런 행운마저 끊어질 때면 집을 담보로한 대출까지 끌어가며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Q) 8년 전쯤 ‘아서 앤 그레이스’의 지갑을 처음 봤는데요. 사전 정보가 없었지만 한 눈에 아름다운 제품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가죽을 사용했다는 것과 절제된 디자인이 눈에 띄었는데요. 소비자가 이런 느낌을 받길 의도하셨는지요? 저도 소비자였잖아요. 소비자로 봤을 때 디자인에 뭔가 많이 붙어있는 게 싫었어요. 진짜라고 여겨지는 건 미니멀했으니까요. 그런데 만들어보니까 미니멀하게 만든다는 게 왜 힘든 지를 알겠더군요. 미니멀 하려면 재료가 좋아야 합니다. 디자인의 힘없이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하니까요. 저희는 ‘사람이 돋보이는 가방’을 꿈꿨기 때문에 이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지금 역시 진짜 좋은 제품은 군더더기가 빠져서 본질만이 남는 제품이라 생각합니다. Q) 저도 쓰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람이 돋보이는 느낌이요. 제가 써 본 이 장지갑은 또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이 제품은 빌리롱 모델이에요. 이 지갑을 쓰는 분들이 억만장자(Billionaire)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 지갑은 저희 브랜드의 첫번째 지갑이었고 당연히 신경을 많이 쓴 제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인기가 제일 많고요. 오래 쓸 수 있는 만듦새, 기분좋은 촉감, 우리나라에 맞는 제품 설계 등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보통 명품 지갑은 유럽 지폐를 베이스로 설계돼요. 그런데 우리나라 지폐는 그보다 작거든요. 우리 지폐에 맞춰 디자인을 하다보니 더 얇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완성됐습니다. Q) 처음 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했을 때의 느낌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백화점에 가기 위한 영업을 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찾아와주시는 분들하고만 일을 했습니다. 처음에 신세계 백화점에서 연락이 왔고요. 그게 현대 백화점으로 이어졌고요. 롯데 백화점에서 명품관 입점을 제안했습니다. 백화점은 이웃을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그래서 백화점 상품본부 뿐 아니라 옆 브랜드들이 싫어하면 할 수가 없어요. 결론적으로 기분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 동안의 노력을 인정받는 느낌도 있었고요. Q)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백화점 명품관 입점하면 이제 성공한 거 같고 브랜딩이 완성된 것 같은 느낌인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웃움) 백화점이 보기에는 좋은데 수수료 내고 원가 비용 나가고 인건비 쓰고 나면 이익은 크지 않은 편이고요. 계속 투자를 해가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브랜드의 목표가 백화점 입점은 아니었으니까요. 저희의 꿈은 유럽과 일본 명품 거리에. 좀 더 정확히 H사와 C사의 매장 옆에 우리의 단독 매장을 만드는 겁니다. 그게 다음 목표입니다. Q) 주로 어떤 분들이 ‘아서 앤 그레이스’ 제품을 좋아해주시나요? 저희는 마니아 위주세요. 보통은 저희만 좋아하는 분들이 아니라 이런 저런 브랜드들, 제일 좋다는 브랜드까지 다 써본 분들이 저희 제품을 좋아해주시니까요. 저희는 그 부분에 있어서 만족하는 것이죠. 써봤기에 좋은 걸 알고 조금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용하고픈 분들이 저희의 마니아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셀럽들도 아서앤그레이스 제품을 많이 썼어요. 실제로 매장에 방문해 구매하신 연예인분들도 많고요. 스타일리스트를 통해서 국내 최고 여배우분들은 다 들어주셨어요. 국내에서도 명품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며 다들 도와주고 계세요. 전도연 님은 드라마 캐릭터를 위한 가방 제작을 의뢰하셔서 만들어 드렸고요. 칸느라는 이름으로 저희가 출시를 했습니다. 아직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도 오랜만에 복귀하는 여배우님을 위한 가방을 제작 중에 있습니다. Q) 가죽도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던 고급 가죽을 택한 걸로 아는데요. 현재 쓰시고 있는 가죽의 품질에는 만족을 하시는지. 외국 유명 가죽과 비교했을 때 어떻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좋은 소재를 사용하기 위해 처음에는 해외의 가죽을 수입해서 썼습니다. 하지만 제조도 한국에서 하는데 원자재도 한국 제품으로 써보고 싶었죠. 그래서 해외 명품 브랜드에 수출하는 테너리를 찾아가 최고급 가죽을 만들어보자고 수 십번 제안하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저희가 원하는 품질의 가죽이 완성됐고요. 가죽과 더불어 제품에서 큰 비중을 찾지하는 게 가죽과 금속 부자재인데요. 그것도 모두 최고의 품질로 국산화 시켰습니다. 특히 금속을 스테인리스로 변경했는데요. 내구성과 강도가 좋고 오래 써도 색의 변화가 거의 없어요. 소재가 단단하다보니 가공이 어렵지만 결국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Q) 말씀하신 가죽의 품질을 조금 더 풀어보자면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요? 음.. H사와 같은 퀄리티라고 말씀드리지는 않습니다. 그곳은 송아지 가죽을 쓰는데 저희는 소가죽을 써요. 그 차이만이 있다고 생각해요. 동일한 가죽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번 지갑을 그렇게 만들면 상품 가격이 3배 가까이 올라가게 되니까요. 다만 가죽의 원가로만 보면 가격은 열 배 차인데 품질은 두 배 차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는 있겠네요. 저희 가격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가죽을 사용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Q) 여태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식의 브랜드, 그러니까 제품의 본질에 집중한 지갑 혹은 가방 브랜드는 없었던 걸까요? 10년 동안 이 길을 걸어야하는 걸 알았으면 저도 안 했을 것 같아요.(웃음) 너무 무지했어요. 아무 것도 모르고 스타트업을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제일 좋은 제품을 만들어달라며 제가 장인분들에게 했던 얘기가 “로켓 만들어달라는 것 아니잖아요?” 였는데요. 그렇잖아요. 가방과 지갑이 첨단 과학 기술로 만드는건 아니니까요. 다만 제가 몰랐던 건 뭐든 만들 수는 있는데 시간을 견디고 감내해야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리고 무지했으니까 달려든 거죠. 알면 저도 안했을 거예요. Q) 그럼에도 브랜드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나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돈이 아니에요. 대한민국 최초의 명품 브랜드에 대한 꿈이고 장인 분들이 대접받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지요. 3년 때 쯤 이게 망하면 죽고 싶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30년 하고도 망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근데 망해도....(눈물) 한번 사는 인생인데 열심히 잘 했어!칭찬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말씀을 듣다보니 ‘생활명품 애’와 함께 하기로 결정해주신 이유도 궁금합니다.(웃음) 저희가 낄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제가 하고픈 게 명품이잖아요! 명품이라 명명하신 게 좋았어요. (웃음) 명품이라면 우리의 가치를 잘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냉면도 옷도 명품이 있고요. 저희는 가방, 지갑 명품이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여겼어요. (웃음) Q) 처음 '아서 앤 그레이스'를 만나보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나요? 사실 저희는 10년 동안 제조에만 공을 들인 브랜드거든요. 이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고객들과 소통을 해도 본질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요. 저희는 저희 제품을 공예품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사람 손으로 만드는 공예품이요. 분명 사용하시면서 진정성과 진심을 헤아려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가치가 생기는 물건이 되리라 생각해요. 사용하던 저희 제품을 누군가에게 물려준다 해도 가치를 가질 만한 브랜드로 만들어 갈테니까요. 저희 브랜드 소개는 10년 전과 지금이 똑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게 있어요. 지금 돌아보니 처음의 브랜드 소개는 그저 말 뿐이었고, 이제 말을 지킬 수 있는 역량이 생겼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10년이 걸린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