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브랜드 '비노블라' 소개를 부탁드립니다."비노블라는 니트 전문 브랜드고요. 니트 공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얻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아름답고 실용적인 니트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Q. 직접 니트 공장을 운영하신다는 말씀이군요?"네. 제 일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제가 대표로 있는 '비자림'이라는 니트 제조 공장에서 다른 브랜드의 옷을 만들어주고요. 일종의 oem이지요. 다른 하나는 비노블라에서 제 브랜드의 옷을 직접 기획하고 만들고 있어요. 니트 공장의 대표로 일하다 보니 수많은 고급 브랜드의 노하우를 접하게 되잖아요. 이번 시즌에 좋은 원사는 이것이구나. 이 원사는 이런 느낌이 나는구나. 이런 경험이 충분히 쌓였다고 판단되어 제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Q. 아버지 얘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아버님이 1989년부터 '비자림'이라는 니트 전문 제조 공장을 운영하셨지요? 어린 시절 학교를 다녀오면 '드르륵 드르륵' 실 짜는 소리가 집에 울려 퍼졌다"고도 말하셨는데요. 아버지의 존재가 지금의 일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네 그렇지요. 아버지 공장이 서울에 작은 3층 짜리 건물이었는데요. 1,2층을 니트 공장으로 쓰셨고 3층이 저희가 사는 집이었어요. 학교에 다녀오면 삶과 업이 섞여 있는 그런 느낌? 지금도 서울에 다른 니트 공장에 가면 7살때의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계셔요. 이제는 할머니가 되셨죠. 제 삶에 자연스레 니트가 스며들었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Q. 어릴 적부터 좋은 니트를 많이 입었겠군요?"네. 아버지가 니트 공장을 하셨으니 저는 학창시절부터 캐시미어 니트를 입을 기회가 많았어요. 그땐 캐시미어 니트가 정말 귀했거든요. 그래서 니트라면 당연히 이런 수준이겠구나 생각했었죠. 대학생때 외국에 나가 spa 브랜드의 니트도 즐겨 입으면서 소재나 종류가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양성은 존중하지만 어쨌든 저는 제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좋은 소재를 활용한 니트를 만들고 싶었어요." Q. 좋은 소재 외에 비노블라 니트의 특징은 뭐가 있을까요?"니트는 너무 화려하면 자칫 촌스러워지고 나이들어 보이기가 쉬워요. 그래서 심플하되 포인트를 살리자. 3,40대가 입는 오피스룩이 될 수도 있고요, 동시에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저녁 식사 자리에 가든 미팅을 하든 TPO에 구애를 적게 받는 그런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Q. 뉴욕에서 패션을 공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어떤 것들을 배웠나요?"뉴욕의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공부했습니다. 옷을 정말 좋아하는 전 세계 패션 천재들이 모인 곳이지요. 샤넬 가방을 사고 싶어 렌트비를 기꺼이 내놓기도 하는 그런 친구들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병뚜껑으로 옷을 만드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이게 진짜 패션인가? 싶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는 천재 디자이너가 되리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했고요 (웃음). 대신 조금 더 웨어러블한 그러면서 뭐랄까.. 엣지가 있는 옷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옷에 포인트 잡는 법을 배운 셈이지요. Q.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 베라 왕 니트파트에서 인턴으로도 근무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어땠나요?"겉으로는 화려해 보일 수 있는 이력인데 그냥 수많은 잡다한 일을 해본 시간입니다. 샘플실 정리하고 바잉 카탈로그 수정하는 그런 일들이요. 패션회사에서 인턴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그래도 학교를 다니며 일을 해보고 싶었으니까요. 나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패션 시장과 md의 세계에 대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귀국 후 갤러리아 백화점 md로도 일을 했습니다. "갤러리아 이스트 3층에서 근무를 했고요. 이스트를 꼭 강조해주세요. (웃음) 명품관에서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을 담당했어요. 그러다 출산을 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그 뒤에 자연스럽게 제조업을 하시던 아버지 일을 도와주게 됐습니다." Q. 그때부터 패션 전반에서 니트 쪽으로 관심이 집중됐겠군요?"네 대학 시절에 외국에 있는 아버지 공장에 가서 니트를 배우고 한 경험은 있었는데요. 깊게 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아버지 사업을 도우며 해외 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과의 협업을 하나씩 성사시켰어요. 그때부터 니트에 대한 학습이 비약적인 속도로 빨라졌습니다. 깊게 들어가기 시작한 거죠. 지금은 국내 4대 의류 회사 중 3군데 옷은 저희가 제작하는 셈이네요." Q. 사업 영역을 넓혔으니 아버지가 좋아하셨겠어요?"네 저는 당당합니다.(웃음) 과거 일본 브랜드 제품 생산이 공장 전체생산의 100%에 가까웠는데요. 이제 국내 브랜드 생산이 70% 해외 생산 30% 정도로 바뀌었지요. 일년에 국내 니트를 5만장 가까이 만들고 있습니다. 예전엔 일본의 '랑방'이나 '버버리' 이런 브랜드들을 많이 만들었는데 이제 일본 내수가 조금 약해지면서 한국 쪽을 많이 늘리게 되었어요." Q. "나 백화점에서 산 좋은 니트 입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대표님 공장에서 만든 니트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도 드는데요."네, 그럴 가능성도 있지요." (웃음) Q. 니트 디자인이란 게 쉽지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옷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한 걸로 알고 있어요.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릴게요."니트는 니트를 아는 사람이 없으면 절대 제작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저희 같은 프로모션 제작자나 니트 디자이너가 존재합니다. 니트는 우븐과는 다르게 원단이 아닌 실 한 가닥부터 시작을 해야 하니까요. 옷에 대한 구상이 끝나면, 어떤 실을 써야 할지, 몇 가닥으로 짜야할지(게이지), 어떤 조직으로 해야할지. 이런 섬세한 결정들을 내리면서 만들어 갑니다. 이런 것들을 다 종합하다 보면 수천가지, 아니 수만가지의 종류의 옷이 나오게 돼요. 패턴부터 시작해 수많은 결정들을 해야 하는데 경험이 없으면 어려운 것이죠." Q. 좋은 니트는 뒤집어 보면 알 수 있다고요?"네. 정말 좋은 니트는 뒤집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뒤집었을 때 앞면과 같이 깔끔해야 가장 좋은 니트라 생각해요. 니트를 만드는 공정이 원사 셀렉 부터 완성까지 예를 들어 10개의 프로세스가 있다면, 저렴한 니트일수록 공정을 삭제하거나 간소화하지요. 그러면 옷의 착용감과 디테일이 후져지게 되는 것이고요. 옷을 만져보거나 뒤집어보면 공정의 과정이 어느 정도는 보입니다." Q. "제조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 좋은 제조업자가 되고 싶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네. 저는 무엇보다 제작자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요새 한국에 젊은 제조업자가 많이 없어서 나름 이 업에 책임감이 크기도 하고요. 물건을 만들어 내는건 정말 정직한 작업이라, 궁극적으로 더 좋은 제작자가 되어 더 완성도 있는 니트를 내놓고 싶어요. 비노블라를 통해서도 다양하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Q. '생활명품 애'와의 협업에서 어떤 제품을 선보이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비노블라를 처음 시작할 때 블로그로 니트를 소개했었어요. 좋은 원사를 이용해 심플하고 깨끗한 니트를 만들었죠. 지금은 룩북을 찍고 여러 플랫폼을 이용해 대중에 판매하다보니 판매가에 제약이 있어 캐시미어 100%이나 아주 고가의 원사는 저희가 매번 쓰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생활명품 애' 와는 비노블라의 초기 작업처럼 해보고 싶어요. 옛날의 비노블라를 그리워하는 분들을 위한 옷들이요. 좋은 원사로 잘 만들어진 니트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싶어요. 여러 유통 단계나 마진을 줄여 시장가의 절반 정도 가격까진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공장을 하면서 터득한 많은 제작 노하우로 좋은 니트를 선보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