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는 <생활명품 애>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상품군입니다. 이제까지 패션의 영역을 소개해왔다면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넘어가는 첫 관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어떤 다이어리를 디자인 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다양한 방식의 기록이 가능한 다이어리를 디자인했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모두 다르듯 다이어리 또한 쓰는 방식이 모두 다를 텐데요. 누군가는 자신의 평범한 하루를, 또 어떤 이는 취향, 여행, 취미, 미팅 내용, 아이디어 등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고 나면 이 다이어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된 한 권의 아카이브, 혹은 도록집이 될 생각을 하며 기획했습니다. 따라서 겉표지, 제본 방식부터 기존 다이어리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디자인이 필요했고 갤러리 도록집에서 쓸법한 패브릭 하드 커버와 노출 제본방식 등을 택하였습니다. 또 내부는 캘린더 이외에 기록하는 페이지들은 간단하게 영역을 나누어 주는 획을 그어 글과, 그림 등 기록에 제한이 없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모든 게 디지털화 되는 시대에 직접 손과 펜으로 써야 하는 다이어리의 수명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화면으로 보는 랜선 여행도 좋지만 진짜 여행을 가고 싶은 그런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요?많은 것들이 디지털화 되면서도 오히려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텍스처를 느낄 수 있는 어떤 무언가가 우리의 갈증을 해소시켜주고, 작고 희미하게나마 수명이 꺼지지 않고 지속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니아층도 생기고요. 그러한 것들엔 지류나 펜, 그리고 종이책 등도 포함이 된다고 생각해요. *원래부터 연필과 노트 등 문구류에 관심이 많았던 걸로 압니다. 이런 제품들의 어떤 면에 흥미를 느끼셨나요?본격적인 관심은 대학교에 들어가고서부터 인 것 같아요. 저는 건축을 전공해서 1학년에 입학하면 학교에서 가장 먼저 드로잉북과 제도판, 옐로우 페이퍼, 파버카스텔 색연필, 제도 샤프 등을 받게 되는데요. 제도판에 연필로 그려지는 사각사각 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때부턴 연필이나 펜 그리고 다양한 드로잉 노트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아서 관심이 갔다면 나중엔 저마다 다른 펜과 지류가 만나 제각각 다르게 그려지는 필기감이 큰 매력과 흥미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항상 여행을 가면 꼭 그 나라 혹은 도시의 서점을 들러 펜과 노트를 사오려고 해요. *<생활명품 애> 로고 작업부터 함께 해온 ‘디자이너’인데요. 디자이너라는 직업군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느낌도 있는데. 어떻게 이 직업을 정의내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어떠한 문제를 디자인적으로 풀어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게 건축이나 공간일 수도 있고, 제품이나 작은 이미지가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건축가, 건축 디자이너, 공간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로 부르는 거죠. 세상에 이유 없이 만들어지는 것들은 없어요. 디자이너마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 그것을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스타일도 모두 다를 텐데요. 저는 심플하지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과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을 지향해요. 그래서 <생활명품 애>를 브랜딩하고 그에 맞는 웹디자인과 카타로그 디자인 등을 할 때도 항상 스토리를 어떻게 담아내고 표현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기획했어요. 물론 <simple is the best, less is more>라는 가치관이 클라이언트인 문지애 대표님과도 잘 맞았기에 더욱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고요.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습니다. 전공 공부가 지금의 일을 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는 지 궁금합니다.저는 현재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그래픽디자인과 브랜딩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요. 건축학과에 들어가면 만능인이 되어야 하더라고요. 건축설계는 물론이고 나의 설계를 시각적으로 잘, 그리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계속해서 공부해야 해요. 그리고 나중엔 5년간의 프로젝트를 잘 담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야 하니, 편집 디자인에도 능해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축, 가구, 그래픽, 등 여러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경계 없는 창작활동을 지향하다 보니 지금의 일을 하게 됐습니다. *건축과 디자인은 얼핏 다른 직업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는 건가요?궁극적으로는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결국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니까요. 경계가 모호하다고 생각해요. *<생활명품 애> 소비자로 느끼는 저희 브랜드의 이미지는 어떤가요?짧고 간략하게 말하자면, 믿고 사는 브랜드인 것 같아요. 화려하지 않고 단정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셀렉 되어 있으며, 그 제품들은 모두 기대 이상으로 제 역할에 충실해요. 단정한데 아름답고 제품의 질이 너무 좋아서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나와 함께해 줄 말 그대로 ‘생활명품’이라고 느껴져요. 제가 소비자로 가장 먼저 구입한 제품은 코듀로이 셔츠였어요. 사실 제 클라이언트여서가 아니라, 정말 그런 코듀로이셔츠는 처음 입어봤거든요. 그리고 그 다음은 니트, 가방, 트렌치 코트, H4지갑까지요. 가끔 중요한 날이면 모든 착장을 <생활명품 애> 룩으로 나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자신감이 생겨요. 생활명품애는 제게 그런 브랜드인 것 같아요. 다음 상품은 도대체 뭐가 나올까 매번 기대가 되는 브랜드요. *다이어리를 시작으로 저희 <생활명품 애>에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해 나갈 계획인데요. 어떤 제품들을 구상하고 있는지요?현재 구상하고 있는 제품들은 다양한데 몇 가지 먼저 말씀드리자면, 테이블 매트부터 컵이나 그릇과 같은 식기류, 화병, 다양한 오브제까지, 더 나아가서는 가구까지도요. 아무래도 제 최고의 관심사인 공간과 건축에 녹아들어 갈만한 단정하고 아름다운 제품들을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잘 만들어 <생활명품 애>에서 소개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다이어리를 쓰실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다이어리가 일 년이라는 긴 시간을 아카이빙 한 스토리가 될 텐데 그러한 표식을 작고 귀여운 디테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잘 들여다보면, 표지에는 가득 찬 와인 한 병이 그려져 있는데요. 그 표지를 넘겨보면 와인 한 잔이 쪼르륵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다이어리가 끝나는 가장 마지막 장에는 거의 다 마신 와인병과 잔이 그려져 있어요. 이런 디테일이 사용자에게도 재미있는 위트 한 방울로 남았으면 하고, 괜히 계속 들여다보고 싶고, 자꾸 무언가를 기록하고 싶은 그런 다이어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