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나의 자세와 태도를 규정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남의 시선에 대한 의식이 아니라 그 옷을 입은 나 스스로를 의식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하루를 시작하며 선택한 옷은 내 하루에 대한 의지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지를 반영한 옷이 마냥 편할 수만은 없습니다. 하루의 의지를 담고자 한다면 약간의 불편과 그로 인한 긴장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그런 옷이라 해도, 하루 종일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슈트(suit)를 소개합니다. 이 슈트는 지금까지 만들어온 바스통과의 협업 중 정점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모든 옷의 기본이 되는 슈트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소재와 핏, 그리고 보이지 않는 기능성으로 모든 고민의 지점을 해결했다고 자부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옷은 시작은 소재입니다. 저는 초봄부터 한여름을 지나 쌀쌀해지기 전까지 입을 수 있는 소재를 원했고요. 바스통은 서머 울 원단을 추천해 줬습니다. 더운 날에도 입을 수 있게끔 통기성이 좋은 원단이고요. 탄성이 강해 구김이 덜 가 매일 입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물결같이 흐르는 아름다운 실루엣을 선사합니다. 특별한 날 하루만 입는 옷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옷은 일 년에 한두 번만 입고는 옷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테니까요. 그보다는 일상적으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슈트를 만들고 싶었고 그 핵심은 핏이었습니다. 재킷에는 라인을 거의 잡지 않았어요. 넉넉한 재킷 길이와 핏은 요즘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세미 오버핏을 연상시키고요. 부드러운 어깨 실루엣도 아름답습니다. 물론 와이드 슬랙스의 중성적인 느낌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와이드 슬랙스는 팬츠 중앙의 플리츠가 밑단까지 시원하게 뻗어 있습니다. 하이웨스트로 다리가 매우 길어 보이는 효과는 덤이지요. 그리고 이 슬랙스에는 숨겨진 허리밴드가 있습니다. 탄력 있게 제작된 밴드로 인해 멋과 편안함을 모두 충족시켜줍니다. 이 슈트는 상하의를 함께 입었을 때 가장 빛납니다. 하지만 따로도 충분히 작동하지요. 재킷은 데님, 스커트, 원피스 위에 걸쳐도 캐주얼한 오피스룩으로 완성이 되고요. 슬랙스는 화이트 셔츠, 티셔츠와 함께 매니시한 느낌을 살려 줍니다. 밖으로 내어 입어도 단정히 넣어 입어도 모두 매력적입니다. 참 잘 만든 슈트입니다. 눈 밝은 여러분들이 이 옷의 가치를 꼭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다양한 여성 셋업 라인으로 넓혀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저희 <생활명품 애>는 누가 봐도 정말 멋진 옷들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선보여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