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밀가 권희승 봉밀가 오너셰프 Q. 봉밀가 소개 부탁드립니다.A. “2014년에 문을 열어 9년째 평양냉면과 곰탕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 식당의 가장 큰 특징은 10년 가까이 오너 셰프가 직접 육수를 끓인다는 점입니다.” Q. 오너 셰프가 끓이는 게 일반적이지 않은 건가요?A. “네 식당이 잘 되면 돈을 벌게 되고 그럼 매장에 있기 보다는 나가 놀고 싶습니다. 하하하. 일하는 건 힘들잖아요. 힘드니까 하기 싫어지고요. 내가 안 끓이더라도 육수는 나오거든요. 냉정히 말하면 제가 끓인 육수와 저희 면장이 끓인 육수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제가 하는 이유는 놓아버리면 맛이 변한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식당이 잘 되면 돈을 벌게 되고 그럼 매장에 안 붙어있고 싶고 나가 놀고 싶습니다. 하하하” Q. 그럼 권희승 셰프는 놀고 싶은 욕망을 제어하면서 육수를 끓이는 거군요?A. “맞습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한 달에 한 번도 개인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9년을 매일같이 똑같이 살아왔어요. 식당, 집, 식당, 집 그렇게요.” Q. 육수 끓이는 스님처럼 느껴지는데요. 그럴 수 있는 동력은 어딨나요? A. “사람들은 보통 노포의 평양냉면을 좋아합니다. 젊은 사람이 평양냉면을 만들어 새롭게 이름을 얻기가 참 어렵다고 느꼈는데요. 그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행인건 이 음식들이 제 개인 성향과도 잘 맞았어요. 저는 화려한 음식보다는 조금 오래 걸려도 단순한 음식이 잘 맞더라고요.” Q. 평양냉면에 도전하는 젊은 셰프는 왜 별로 없나요?A. “어려워요. 어렵다는 게 다른 음식은 단맛, 짠맛, 강렬한 맛이 있으면 내 색깔을 낼 수 있는데 이 음식은 단맛도 적습니다. 정말 재료의 맛과 감칠맛 정도로 가는 음식이거든요. 멋을 내기가 어려운 거죠. 꾸미지 못하는 데 고객을 끈다? 어렵죠. 결국 유명 노포의 명성이 있어야하거든요. 그게 없는 젊은 셰프들은 도전이 어려운 음식입니다.” Q. 10년 가까이 만들어보니 평양냉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던가요? A. “가장 큰 매력은 ‘질리지 않는다’입니다. 담백하고 고소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네다섯 번 먹어도 질리지 않거든요. 속도 편하고요. 다 마찬가지겠지만 끓이면 끓일수록 더 깊어지는 느낌도 좋습니다. 유행이 없다는 점도 제 성향과 잘 맞고요.” Q. 매장에서 만든 평양냉면을 밀키트로 만드는 건 첫 시도인가요?A. “맞습니다. 처음이에요. 보통은 공장에서 만드는 음식을 대량 공급하게 되는데 식당에서 직접 만들어 보내는 건 처음입니다.” Q. 공장과 식당에서 만든 음식은 어떤 점이 다를까요? A. “단순합니다. 공장에서 만드는 건 제 생각이 담긴 육수가 아니지요. 레시피 육수니까요. 제 생각이 담긴 육수로 만든 평양냉면과 한우곰탕을 전국에 있는 분들에게 보내드리고 싶어요.” Q. 봉밀가의 키워드가 육수라고도 느껴지네요?A. “네. 육수와 면 중 뭐가 중요하냐고 묻는 분도 많은데요. 굳이 백분율로 따지자면 육수에 51을 주고 면에 49를 주겠습니다. 결국 육수와 면이 똑같이 중요하고 힘든데 그게 잘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좋은 맛이 나옵니다.” Q. 아무래도 맛있는 평양냉면은 서울에 몰려있죠? A. “맞습니다. 아무래도 수요가 서울에 몰려 있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지역 손님들도 저희 음식을 많이 좋아합니다. 한번은 부산 손님이 저희 냉면을 먹고 담백하다고 짜지 않아 좋다고 너무 좋아하셨고요. 경상도와 강원도에서도 팬 분들이 있습니다.” Q. 봉밀가의 키워드가 육수라고도 느껴지네요?A. “육수와 면 중 뭐가 중요하냐고 묻는 분도 많은데요. 결국 육수와 면이 똑같이 중요하고 힘듭니다. 굳이 백분율로 따지자면 육수에 51을 주고 면에 49를 주겠습니다.” Q.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는 법은 뭐가 있을까요?A. “일단 육수를 한 입 먹고요. 왜냐면 면과 육수가 만나 맛이 달라지기 전에 육수 맛만 보셔야 합니다. 그 다음에 고기의 고소함과 육수의 육향 메밀의 곡향이 어우러지면서 최고의 맛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절반 정도 먹고 나서 취향에 따라 식초 겨자를 넣으라고 말씀드려요. 5시간 끓인 육수의 맛이 식초와 겨자로 훼손되는 건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Q. 밀키트 받아보시는 분들에게 어떻게 조리하라고 말해주고 싶나요?A. “면을 잘 삶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나머지는 제가 잘 준비를 했고요. 근데 면은 결국 집에서 끓여야 하잖아요. 가능하면 물을 많이 넣고 삶는 게 좋고요. 그리고 물이 끓어오를 때 찬물을 넣는게 좋고요. 삶고 나서 빡빡 문질러주면 전분기가 빠져서 좋습니다." Q. 말씀하신대로만 하면 식당과 같은 맛이 나나요? A. “맞습니다. 식당에서 먹는 평양냉면과 정확히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Q. 봉밀가를 처음 시작했을때 이렇게 좋은 재료 쓰고 이 맛이 뭐냐? 이런 얘기도 들었다고요? A. “네 손님한테 그 말을 듣고 자극이 됐고요. 그걸 인정했기 때문에 발전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욕을 하거든요. 그걸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인정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조금씩 단점들을 보완해나가는 거죠. 봉밀가 첫 해의 육수와 지금의 육수는 많이 변해 있습니다." Q. 사장 안 바뀌고 맛있어진 건 처음본다는 말도 들었다고요? A. “네, 대부분 식당 사장님들은 고집이 있어서 잘 안바꾸거든요. 근데 저도 고집이 있어요. 하지만 아집은 없습니다. 그래서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앞으로 더 나아질 맛의 지향점이 있나요? A. “이 육수라는 게 저는 매일 다르게 느껴져요. 오늘은 에이 플이다. 에이다. 비다. 이게 날마다 다른데 이걸 늘 에이 플로 만들고 싶은 것이죠." Q. 육수가 맘에 안 들면 버린다고요. 몇 점짜리 육수부터 버리나요?A. “저는 b+부터 버립니다. a가 아니면 손님들에게 드리고 싶지 않아요. 물론 이것도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긴 하죠.” Q. 육수는 평생 끓이실 건가요? A. “네 식당을 하는 이상 육수는 언제나 제가 끓일 겁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데까지 끓여보고 싶고요. 그걸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몸이 망가지면 육수를 끓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