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저희가 선보인 클래식 로퍼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오래 고민했고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는데 정확하게 알아봐 주시고 당일에 거의 모든 신발이 판매됐으니까요. 발의 모양은 우리들의 얼굴 생김새처럼 다양해 모두에게 편안한 착화감을 구현한다는 건 무척 까다로운 일이었지만 이제 <무이>와 함께 만든 제품들에 대한 신뢰는 견고하게 자리 잡은 느낌입니다. 이번 가을의 시작은 로퍼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똑같으면 재미 없잖아요. 재료를 바꾸어 스웨이드 로퍼로 완성했습니다. 로퍼(loafer)는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구두란 마땅히 끈을 묶어 신어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 끈을 없앴으니 게으름뱅이라 부를만도 하겠지요.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게으름뱅이의 신발이 클래식 구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됐습니다. 이 사진은 스웨이드 로퍼를 만들겠다고 마음 먹은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어떤가요? 편안하면서 우아하고 친근하면서 절제된 다이아나 왕세자비의 룩을 완성시켜 줍니다. 저희는 스웨이드 색상을 고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너무 짙으면 더워 보이고 뻔한 컬러는 재미 없으니까요. 핀터레스트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색상을 정했고요. 니트와 스웨터, 코듀로이 팬츠 등 올 가을 저희가 준비한 옷들과의 조화도 고려했습니다. 굽은 2cm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완성했습니다. 저희 로퍼의 최우선 가치는 가벼운 착화감이었습니다. 로퍼 특유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착용감은 마치 플랫슈즈처럼 유연하고 가볍기를 원했으니까요. 고밀도 쿠션에 천연 라텍스, 거기에 스펀지까지. 3중 쿠션을 적용해 신자마자 남다른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로퍼를 신고 발목을 노출하면 발의 라인이 더욱 가늘고 길어 보입니다. 또 양말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낼수도 있지요. 간혹 스웨이드 소재를 어려워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스웨이드는 천연 가죽의 부드러운 안쪽을 긁어 표면에 기모를 일으킨 가죽입니다. 굉장히 부드럽고 유연해 일반 가죽보다 착화감이 좋고 관리도 편합니다. 이번 기회에 스웨이드 구두를 경험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분명 특별한 매력을 지닌 로퍼지만 의외로 어디에나 매치가 쉬운 구두입니다. 스커트와 팬츠 뿐 아니라 어떤 하의에도 잘 녹아드니 이번 가을 겨울 코디에 적극 활용해 보세요! 끝